GMRC가 한국연구재단 명저번역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다.

본 사업의 목적은 국가 차원의 번역 지원으로 기초학문분야의 번역 인프라를 강화하고 일반 대중의 동·서양 명저에 대한 접근성 제고를 위한 것이다. 또한, 세계적인 학술명저 번역을 통해 번역의 모범적 기반을 마련하고 학술성과의 세대 간 전수 지원을 목적으로 하다.

이번에 선정된 번역도서는 영국 Cambridge 대학 사학과의 Nora Berend 교수가 저술한 Stephen I. The First Christian King of Hungary. From Medieval Myth to Modern Legend (Oxford University Press, 2024)이다.

저자인 Nora Berend 교수는 탁월한 학문적 업적과 저술 활동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스웨덴 스톡홀름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본서는 그리스도교로 개종하고 헝가리 왕국을 창설하면서 서유럽과의 교류를 본격화했던 이슈트반(István, 재위 997~1038) 왕을 다루고 있다. 오늘날에도 그는 헝가리 국가와 교회의 설립자로 추앙받고 있다. 하지만 본서는 이슈트반에 대한 단순한 전기가 아닌 그가 이룩한 헝가리 건국 과정의 신화화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특히 저자는 동유럽 사회주의 역사학의 민족 정체성 형성 작업을 드러내었다. 20세기 후반 동유럽에서는 서구주의와 슬라브주의라는 이분법적 구분이 유효하게 작용했다. 20세기 중반까지 헝가리의 전통 역사가들은 이슈트반이 헝가리를 서유럽과 그리스도교 세계로 이끌었다고 보았다. 그러나 사회주의 역사가들은 외세, 특히 독일의 침략에 저항했던 슬라브 민중의 힘과 이들을 이끌었던 헝가리 왕들의 업적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1989년 이후 탈사회주의 시대에 들어서 이슈트반은 새로운 역사 해석의 세례를 받는다. 사회주의를 ‘탈’하는 동력으로 민족주의와 종교가 새롭게 소환된 것이다.

이 책은 서유럽에 편중된 국내 서양 중세사 연구의 공간적 범위를 동유럽 지역으로 넓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기존의 서유럽과 ‘기타’ 유럽이라는 중심-주변의 공간적 차별을 넘어서 관계성이라는 렌즈를 통해 역사의 상호 교섭적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본서의 번역을 통해 독자들은 중심과 여타 지역의 종속적 관계라는 근대적 패러다임을 해체하고, 중심·주변의 얽히고설킨 총체적인 유럽 중세사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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